모터사이클을 탄 라이더가 주행 중 건너편 차선에서 오는 라이더를 보고 손을 흔들어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이라면 인사를 해 오는 것을 한 번쯤 경험해 봤을지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고 이해되지 않겠지만 모터사이클을 타는 라이더들에게는 자동차에는 없는 묘한 동질감이 있다. 모터사이클이 워낙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이 위험하거나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그런지 모터사이클을 타는 라이더들끼리는 그런 동질감과 반가움에 인사를 하는 문화가 있다.
브랜드와 기종, 배기량과 장르를 떠나서 이렇게 라이더라면 동질감을 느끼는 인식이 있는데 같은 제조사에 같은 모델을 타는 라이더라면 어떨까? 동질감은 물론이고 우리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거나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한다는 의미의 이심전심이라는 말처럼 금방 친해져 좋은 인연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부터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는 같은 제조사, 혹은 같은 모델을 타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오랜 문화로 자리 잡아 있다. 특히 메이커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충성심이 깊은 팬층이 많은 모델일수록 이런 문화는 더욱 깊고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에 제조사 혹은 수입사가 살짝만 도움을 주면 라이더들은 즉각 한자리에 모여서 반응을 한다. 바로 지난 6월 13일에 열린 야마하 XSR 데이처럼 말이다. 야마하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번 XSR 데이 행사는 오랜 시간 준비한 행사가 아니어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고 홍보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부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위치한 야마하 중부지원센터로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XSR 모델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혼자서 온 솔로 라이더부터 남녀 둘이서 각자 자신의 XSR을 타고 온 커플 라이더, 여러 대가 모여서 한 번에 온 그룹 라이더 까지 행사장에 도착하는 모습도 다양했지만 눈길을 사로잡는건 정말 한 대도 똑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꾸며진 모습의 다양한 XSR 들이었다.
야마하 XSR 시리즈는 야마하의 스포츠 헤리티지 라인업 모델로 클래식 바이크의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결합한 네오레트로 모터사이클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XSR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약자가 아니라 야마하의 헤리티지 모델군의 명칭으로 단순히 옛날 모델을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야마하의 레이싱 유산과 현대 성능을 결합한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XSR900이 인기가 높은데 독특한 스타일의 레트로한 디자인과 MT-09 계열의 뛰어난 성능, 나름 풍부한 액세서리가 한 몫을 한다. 모터사이클 튜닝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카페레이서나 스크램블러 장르의 모델들은 나름 커스텀이 수월해 꾸미는 재미가 있는 편인데 그래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XSR900은 다양한 튜닝으로 꾸며진 개성 가득한 모습인 경우가 많은데 특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 일본 모터사이클의 기계적인 성능을 원하는 오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날 참가한 XSR900에도 Faster Sons라는 문구가 적인 모델들이 여러 대 있었는데 Faster Sons는 단순히 멋져 보이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야마하가 스포츠 헤리티지 모델을 개발하는데 중심이 되는 철학이다. 그대로 직역하면 더 빠른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참고로 여기서 아들들(Sons)은 과거의 전설적인 야마하 바이크를 계승한 후속 세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아버지 세대를 존중하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후계자를 만든다는 개발 철학의 개념이 매력적이고도 무척 흥미롭다.
중부지원센터 앞마당에 모여든 수십 대의 XSR900들은 오와 열을 맞춰 주차하지 않고 딱히 무엇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멋져보였다. 서로 다른 한 대 한 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주차한 자신의 XSR을 열심히 닦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장거리를 주행하고서도 저렇게 말끔한 모습에는 그만큼 오너 라이더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부지런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북 포항 번호판을 단 검정색 XSR 오너에게 “튜닝을 꽤 많이 했네요?” 라고 한마디 말을 건네자 애정 충만한 애마 자랑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블랙컬러를 베이스로 여기저기 튜닝한 부분의 설명이 줄줄 이어졌고 어떤 것부터 어떻게 튜닝했는지 너무나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라이더 말고도 같은 질문을 하면 다들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타고 준비된 포토월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장 튜닝이 멋지게 된 모델을 선정하는 콘테스트에 투표도 하는 등 주최 측이 준비한 여러 가지 코너에 참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XSR900라는 모델명에 어울리게 9초00을 눌러 맞추는 스톱워치게임과 가위바위보 게임, 야마하에서 가장 귀여운 모터사이클인 PW50으로 진행된 거북이 레이스 등 소소하지만 재미난 게임에 참가자들의 표정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참가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튜닝 콘테스트에 대망의 1등과 함께 2등, 3등이 공개되면서 부러움과 관심의 시선이 모아졌다. 순위권에 오른 참가자들은 드레스업킹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며 자신이 공들여 완성한 튜닝에 대해 XSR900 오너들에게 직접 인정을 받았다는 자랑스러운 표정들이었다. 다른 모델이었으면 모르겠지만 특히 XSR900 오너들이 직접 뽑은 1, 2, 3등이어서 그런지 그들에게는 더욱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튜닝 콘테스트에 참가한 차량들이 도열을 해 기념사진을 찍고 참가자 전체가 모여서 또 기념사진을 찍고 그렇게 행사는 슬슬 마무리 됐다. 사실 모터사이클 관련 행사에서 몇 대가 모였고 어떤 게임을 했고 식사로 어떤 음식을 먹었고 경품으로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XSR이라는 같은 기종을 타는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어떤 시간을 보냈고 그들에게 어떤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줬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행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한곳으로 모여들고 서로 처음보는 그들이 느꼈을 반가움은 아마도 같은 모델을 탄다는 동질감을 넘어 또 다른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사진을 찍다가 한 참가자에게 무심코 “XSR데이 2회가 열리면 또 참석 하시겠어요?”라고 물어봤는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럼요 또 와야죠. XSR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행사라면 대전이 아니라 땅 끝에서 열린대도 꼭 참석합니다!”라는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야마하가 최근 티맥스에 이어 XSR 오너들을 한자리에 모아 행사를 연 것은 참가자들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이에 대해서 응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애정하고 같은 기종을 타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가진 라이더는 많다. 제조사나 수입사에서 조금만 신경 써서 이 같은 행사를 꾸준히 열어준다면 아마도 충성심 깊은 오너들은 얼마든지 참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너들이 원하는 이런 행사에 꾸준히 신경 써주는 야마하의 브랜드 인지도가 라이더들 사이에서 더 높아지길 응원해본다.
글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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